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 이제 온전히 사랑으로
최근 엄청난 유명세를 끌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 를 보면서 엄마와 나의 관계에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저 재미있는 드라마를 넘어, 상담 그 이상의 치유효과가 있었던 엄청난 드라마다. 드라마를 보면서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오랜 감정들을 마주했는데, 그 깊은 곳에는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
드라마 속 금명이가 엄마 애순이에게 떼쓰고 짜증내는 모습을 보면서, 표현이 미숙한 내 모습이 자꾸 겹쳐 보였다. 금명이처럼 나 역시 엄마를 깊이 사랑하고 고마워하지만, 막상 엄마 앞에만 서면 짜증과 퉁명스러움으로 내 감정을 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존재였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이성 친구처럼, 그리고 결국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나를 지켜주었다.
이런 엄마의 엄청난 헌신과 사랑을 잘 알기 때문일까? 내 자신이 조금이라도 부족하게 느껴질때면 엄마의 헌신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엄마의 사랑이 벅차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미안한 마음으로 변질되어 마음 한켠을 무겁게 했다. 나 때문에 더 이상 엄마가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커져가고, 내려놓지 못하는 엄마에게 안쓰러움과 애잔함, 답답함이 뒤섞여 밀려왔다.
나는 그런 미성숙한 감정들에 폭싹 속아왔던 게 아닐까 싶다.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의미긴 하지만) 내 서툰 감정들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표현하지도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번 생에 엄마가 처음인 엄마에게도 서툴고 부족한 모습도 있었을 텐데, 그런 엄마를 나는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처음 딸' 이었기에 서툰 모습이 있었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깨달았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진심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꼭 거창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안다.
엄마와 나, 서로의 서툼마저도 품을 수 있는 그런 사랑으로.
비로소, 엄마를 향한 내 마음을 온전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언젠가, 내가 느끼는 이 모든 마음들을 망설임 없이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로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25.04.06
황씨네 금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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