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내담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내담자는 주지화를 활용하는 내담자다. 주지화의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내담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 경험하거나 표현하는 대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개념화하는 방식으로 상담에 임한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감정적인 부분은 철저히 차단되어 있어 그들의 내면에 진정으로 접촉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상담자가 감정에 대해 질문하면, 다시 인지적 해석을 덧붙이며 감정 경험을 우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상담 장면에서 감정보다 논리적 분석을 우선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담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보다는 개념화하고, 분석하며, 때로는 치료자에게 강의하듯 설명한다. 이런 방어 기제를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라고 한다.
이러한 내담자를 만나 상담을 진행할 때 힘든 점은 정작 ‘변화’를 원하는 것은 내담자 자신인데, 감정을 다루는 과정에서 스스로 벽을 세운다는 점이다. 감정에 접근하려 할수록 오히려 방어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주지화를 활용하는 내담자와 효과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주지화를 사용하는 내담자가 심리치료에서 더 어려운 이유
1. 감정을 방어적으로 차단 : 치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거나 표현하는 대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어 기제이다. 감정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자기 감정을 깊이 탐색하는 것이 어렵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는데, 이러한 논리적 설명에 갇혀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는 단절된다. 예를 들어,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사랑받지 못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상처를 직접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한다.
감정을 억제한 채 논리적 분석을 우선하는 내담자는 상담자와의 관계에서도 거리감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보니, 치료적 신뢰 형성을 어렵게 만들고, 내면의 진짜 감정을 다루는 데 장애물이 된다.
2. 인지적 접근의 한계 : 상담의 핵심은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
주지화를 많이 사용하는 내담자는 인지적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으면 변화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단순한 ‘이해’ 만으로는 행동과 정서적인 반응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은 상담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핵심적인 과정으로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면, 행동을 변화시키는 동기가 될 수 있다.
※ 상담에서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1) 감정은 행동 변화의 동력이 된다
-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면, 그 감정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예) 과거에 억압된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
-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이 깊어진다.
2)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깨닫는 것은 다르다
- 주지화하는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며 “나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않으면 내면의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 감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대한 더 깊은 자각이 생기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가질 수 있다.
3) 억눌린 감정은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면, 억눌린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게 된다.
예)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를 제대로 경험하고 치유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도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인정에 집착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거리감을 두는 등의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접근 방법 : 감정을 마주하기
1. 주지화하는 내담자의 특징
✔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감정 표현은 회피한다.
✔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할 때도 감정보다 개념적 분석을 중심으로 말한다.
✔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 상담자에게 이론적인 질문을 많이 하거나, 자신의 문제를 지나치게 객관화한다.
2. 접근 방법
*이러한 내담자들은 감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두렵거나 불편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도구로 주지화를 사용한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방어를 억지로 허물기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감정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1) 감정 경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때, “그렇게 말할 때 어떤 감정이 드나요?”와 같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오히려 방어를 강화할 수 있다. 대신, “이야기하면서 몸에서 어떤 느낌이 드나요?” 같은 신체 감각 중심의 질문을 던지면 감정 경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2) 안전한 방식으로 감정 표현을 돕기 : 은유적 표현 활용, 심리극, 미술치료, 마음챙김 등 감정경험 촉진 기법 활용
주지화하는 내담자는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따라서 은유, 그림, 역할극, 글쓰기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탐색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 “지금 당신의 감정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이 떠오르나요?” 같은 은유적 질문을 통해 감정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3) 치료적 관계 형성에 집중하기
주지화를 쓰는 내담자는 치료자와도 거리감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치료자가 지나치게 해석하거나 감정을 강요하면, 내담자는 더욱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치료자는 내담자의 방어를 존중하면서도, 서서히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4) 논리’에서 ‘감정적 경험’으로 초점을 이동하기
내담자가 “저는 어릴 때 부모님께 인정받으려 노력했어요”라고 말할 때,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라고 바로 묻기보다, “그때 당신이 했던 행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와 같이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감정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의사항
✔ (감정 표현을 강요하지 않기) 내담자의 방어를 존중하면서 점진적으로 감정 경험을 확장해야 한다.
✔ (비언어적 기법 활용하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 역할극 등 감정을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 (치료적 신뢰 형성에 집중하기) 내담자가 감정을 표현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 (인지적 이해에서 감정적 경험으로 이동) 질문을 통해 감정을 탐색하도록 유도하되, 직접적으로 감정을 묻는 것은 피한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것이 두렵거나 부담스러워 주지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기제이지만, 심리치료에서는 감정을 회피하는 방식이 오히려 치유를 방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치료자는 내담자의 방어를 존중하면서도, 그들이 감정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이 필요하다. 논리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감정적인 경험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담적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상담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경험하고 소화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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