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그 모습이 유독 거슬린다면, 혹시 내 모습은 아닐까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유독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저 사람의 저런 모습만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게으른 모습, 우유부단한 모습,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 보면 신기한 장면을 만나게 된다. 배우자에게서 가장 견디기 힘들다던 그 모습이, 사실은 자신이 스스로에게서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인 경우가 적지 않다. 상대의 결점에 유난히 마음이 요동친다면, 그것은 어쩌면 상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투사라고 부른다. 내 안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이나 모습을 나의 것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옮겨 바라보는 마음의 생존방식이다. 투사는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향한다. 매일 얼굴을 보고, 가장 솔직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부부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쉬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사람은,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배우자의 모습이 유난히 거슬린다. "당신은 왜 맨날 그렇게 누워만 있어?"라는 말에는 쉬는 것조차 허락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 있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늘 자책하는 사람은, 배우자가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는 순간을 유독 견디지 못한다. 배우자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안에는 어젯밤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하던 내 모습이 겹쳐 있다.

나를 받아들여야,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배우자의 결점을 받아들이는 일은 상대를 참아내는 노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먼저 나의 부족함을 조금 너그럽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완벽하지 않은 나, 가끔 게으르고 때로는 겁이 많은 나를 "그럴 수도 있지"라고 안아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의 같은 모습에도 "당신도 그럴 수 있지"라는 여유가 생긴다. 나에게 허락하지 않은 것은 타인에게도 허락하기 어렵고, 나에게 건넨 너그러움만큼 우리는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
부부로 산다는 건 서로의 결점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결점을 가진 채로 함께 걸어가는 일이 아닐까. 오늘 배우자의 어떤 모습이 유독 마음에 걸린다면, 잠시 멈춰 이렇게 물어봐도 좋겠다. '이 모습이 왜 이렇게 불편할까? 혹시 내가 나에게서 외면하고 싶던 모습은 아닐까?' 그 질문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된다. 나를 받아들인 만큼,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도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결국 수용은 나에게서 시작되어, 관계로 흘러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배우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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